산속 미아가 될뻔한 두타산행(09.8.1)
승달 부부와 박사장일행을 기다렸다가 산행을 하던지 말던지 결정하기로 했다. 오후 2시쯤 나타난 박사장은 지친 모습으로 산행을 못하겠다고 드러 누웠고, 승달부부 역시 산행을 하지 않겠다고 주저 앉아 버렸다. 할 수 없이 나랑 같이 동행 했던 친구와 둘이서 오후 2시에 산행을 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이 이야기 해준 최소 7시간 정도 걸린다는 말이 가슴을 짓눌렀다. 뭔가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게..그래도 설마 7시간까지 걸릴려고 하는 마음으로 산행을 강행 했는데. 두타산성쯤 올라오니..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두타산과 청옥산은 1,300미터가 넘는 고산이다. 산허리를 안고 있는 구름도 일품이고.
두타산성에서 아래쪽으로 찍은 모습.
두타산성 건너편에관음암과 관음폭포가 어울러져 있는 모습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두타산에는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거북바위)
위로 오를 수록 구름속에 갇히게 되고. 경치는 볼 수 없었지만. 구름속을 거니는 운치가 있었다.
내가 이 맛에 산을 오는가 보다. 힘들게 봉우리 하나를 넘자 발 밑으로 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몸을 던지면 풍덩 빠질거 같은 운해..
왼쪽으로 뭉뚝하게 보이는 산 정상이 청옥산이다..그 밑으로 도도히 흐르는 운해..
청옥산을 배경으로 한장.
시간이 없음을 알면서도 가다가 자꾸 발을 멈추게 하는 운해.
뒤 돌아 보니 올라 온 길이 구름속에서 살짝 모습을 보이고..
두타산 정상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니 구름속에 해는 지고 있고,
두타산 정상석에서..
두타산 정상에서..
청옥산을 1.4키로 남기고. 시간 때문에(저 당시에 7시가 넘었다) 할 수 없이 하산을 결정했다. 하산길은 가파르고 작은 돌들이 깔려 있어 많이 미끄러웠다, 안전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어 계곡길에 도착하기도 전에 날이 어두워졌다. 날이 어두워진 계곡길은 칠흑같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 항상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녔던 해드렌턴이 있어 그걸 켜 들고 길을 찾아 가는데. 아무래도 렌턴불에 의지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길 찾는데 애를 먹었다. 순간 앞에 번쩍 하는 불빛이 보여 놀라면서 기뻐 했는데(등산객의 렌턴불인줄 알고).그 랜턴불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 자세히 보니 반딧불이였다. 저렇게 밝을 수가 있을까?.옛날에 도깨비 불이라고 이야기 하던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밝았다.(그만큼 주위가 어두었다는 이야기겠지만),
산 초입에서 찍은 안내판을 카메라로 돌려 보니 24번 계곡길이 마지막이였고, 그 24번을 찾아 하산길이라고 써 있는 이정표 방향으로 돌아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똑같은 24번 이정표가 보이고, 그 이정표 바로 옆에는 등산로라고 써 있어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지금 이길이 어떻게 되는건가?..
분명 하산로라고 써 있어 방향을 잡았는데..다시 등산로라니?. 순간 당황한 친구가 길 잘못 들어 선거 같다고 왔던길로 다시 돌아 가자고 하는걸. 잠시 기다리라고 하곤. 계곡물 흐르는 방향을 보았다. 분명 등산로라고 써 있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저건 등산로도 되지만 하산길도 된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감지하고. 그쪽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내 판단이 맞았다. 겨우 이정표를 찾아 안도감을 내쉬며 렌턴불을 비추어 보니 관리사무소까지 3.5키로라고 적혀 있었다..헉~~맥이 빠졌지만..같이 간 친구에게(나보다 산경험이 적어..이 친구는 나보다 더 긴장해 있었다)다치지만 말라고, 다치지만 않으면 오늘 안으로 관리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안심을 시켰지만..또 한가지 걱정스러웠던건 렌턴불의 수명이였다.
2월달엔가 설악산가면서 쓰곤 그 건전지 그대로 쓰고 있는건데..그 수명이 얼마나 갈지..제발 계곡 초입까지는 버텨 줘야 하는데..이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 1키로 정도 더 간거 같은데..철계단이 보이는 것이다. 그 철계단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평소에 철계단 보면 자연을 해친다고 투덜되던 철계단인데..이제 다 온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기운을 내기 시작했고., 결국 학소대까지 와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 긴장감에 흐른 땀이 온몸을 적셔놓고 있어..친구와 나는 별 생각없이 옷을 벗고 학소대에서 목욕을 했다(학소대는 대로변에 있다, 밤중이라 오는 사람 없을거라고 생각하곤 그냥 목욕을 했는데..그 맛이 꿀맛 같았다),
목욕을 끝내고 당당하게 박사장과 승달이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하니..10시. 이놈들은 친구가 오지도 않았는데..벌써 디비 자고 있었다. 산행중에 아무래도 늦을거 같아. 핸드폰 터지는 곳에서 박사장에게 늦을거 같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저녁 먹으라고 연락을 하긴 했지만..그래도 그렇지..친구들이 오지도 않았는데..디비 자?.
소리를 질렀더니..주섬주섬 박사장이 일어나고. 승달이 와이프가 일어나 나와서는 저녁을 차려준다. 그때까지 배 고픈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정말 좋은 산행 경험이였다..^^*(오후 2시에 출발해서 밤 10시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