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사(13.12.10.)
낮에 열심히 일하고 돌아 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커다란 짐을 주며 그 짐을 옆마을에 갖다 주고 오라고 한다.
평소에 아버지 말이라면 거역을 못했던 아들은 힘들었지만 그 짐을 지고 옆마을로 가는데. 날도 어둡고 은근히 추워 오기도 했다.
가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부아가 났다. 낮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왔건만 쉴 시간도 없이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옆마을에 갔다 오라고?..화가 난 아들은 길가에 있는 돌뎅이를 냅따 찼다.
돌뎅이를 차면 화가 풀릴 줄 알았는데..오히려 자기 발이 더 아프니..더 화가 나는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걸 참지 못해 다시 돌뎅이를 찼더니..역시 자기 발만 아파 오는 것이다..그렇다고 화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아들은 주저 앉아 아픈 발을 주물르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평소의 아버지는 내게 이런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데. 열심히 일하고 돌아 오면 아버지는 항상 내 등을 두들겨 주며 수고 했다고 칭찬을 해 주셨는데. 왜 오늘 따라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고 온 내게 이런 심부름을 시켰을까?.
내게 등을 두들겨 주며 칭찬을 해 주는 아버지는 아버지고,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도 심부름을 시키는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닌가?. 만약 똑같은 아버지라고 생각해서 내가 아버지를 믿었다면. 피곤한 몸으로 가는 심부름이지만 기분 좋게 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갔다면 엉뚱하게 화가 난다고 돌뎅이나 차서 내 발이 아프고 그런 일이 없었을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의 아버지를 믿는다면. 그런 상황에서 그런 심부름을 시키는 아버지의 뜻이 있었을텐데. 그걸 믿지 못한 아들의 실수가 아닐까?..._()_